박경민 해양경찰청장

2007년 12월 7일 태안 앞바다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검은 재앙으로 뒤덮였다.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과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하면서 원유 1만 2547㎘가 유출된 것이다. 새까만 파도가 밀려들어 백사장과 갯벌, 양식장을 죽음의 그림자로 뒤덮었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당시의 해양오염 대응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원상회복까지 2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어업과 요식업, 숙박업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들은 한순간에 생업 터전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전국에서 몰려든 123만 자원봉사자의 헌신과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사투,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서해는 다시 본래의 청정 지역으로 돌아왔다.

올해는 태안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허베이스피리트호 오염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그동안 우리의 해양재난 대응 역량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태안 유류피해 사고 이후 해양경찰은 해양오염사고 현장 총괄지휘를 하게 됐다. 해양경찰은 방제대책본부로서 해양오염사고 대비와 대응을 맡고, 중앙사고수습본부인 해양수산부는 예방과 복구에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사고발생시 혼란을 막고 효율적인 대응 체계를 갖췄다.

대규모 오염사고시 초기 7일 동안 대응할 수 있는 방제장비와 자재를 확보했으며 대형 유조선 출입이 잦은 울산, 대산, 광양에 방제비축기지를 설치했다. 해양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현장에 출동해 긴급조치를 취하기 위해 해양오염사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대원들을 동해, 서해, 남해 특수구조대에 배치시켰다.

해양오염 방제장비와 기술을 국산화 하기 위해 6개 과제에 6년간 360억을 투입해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수부와 해양경찰이 각각 운영하던 해상교통관제(VTS)를 해양경찰로 일원화하여 해양사고 예방 및 안전관리 기능을 강화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허베이스피리트 사고 이후 해양오염물질 유출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에서 발생된 해양오염사고는 연평균 267건, 유출량은 590㎘였으나, 2016년에는 264건, 277.7㎘로 유출량으로 볼 때 53%나 감소했다.

한편, 국제적인 선박 연료유 기준 강화로 현재 중질성 연료유에서 앞으로는 경질성 연료유나 액화 천연가스(LNG) 같은 대체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화학물질운반선 사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사고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다목적 화학방제정도 건조 중에 있으며 완공되면 화학물질 취급시설이 많은 울산과 여수에 우선 배치할 계획이다.

고대 로마의 전략가인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을 했다.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평소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해양경찰은 바다에서의 안전 확보와 우리 해양영토 안에서 강력한 주권 확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으로 부활했다. 그러한 국민들의 염원에 부응하기 위해 바다 안전에 관해서는 내일로 미루지 않고, ‘오늘 이 순간이 가장 안전한 바다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강인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뼈를 깍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1만 3000여 명의 해양경찰은 전국의 바다를 누비며 해양경비·안전·해양치안·오염방제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태안의 기적을 돌아보며 미래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깨끗하고 안전한 바다를 지켜나가는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출처 : 한국뉴스(http://www.24news.kr)

저작권자 © 미디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