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훈지청 복지과 김해권 주무관

포츠담 선언은 미국, 영국, 중국의 정상들이 1945년 7월 26일 패전국 독일에 대한 처리 문제를 주로 협의하기 위해 독일 포츠담에 모여 진행된 회담 도중 발표된 선언으로서, 독일의 항복 이후에도 전쟁 의지를 꺾지 않는 일본 군국주의자들로 하여금 전쟁으로 고통을 당한 세계 여러 민족들에게 죄를 뉘우침과 동시에 무조건 항복하도록 촉구하면서 발표한 최후통첩문이다. 이에 대한 거부는 파멸이라고 경고했지만, 일본이 이에 거부하면서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는 비극을 맞게 된다. 결국, 일본은 항복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의 종전선언문은 이에 따른 결과물이다. 이 선언문을 읽어보면,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것은 타국의 주권을 침탈하고 영토를 확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로지 동아시아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미국, 영국을 상대로 한 전쟁 이야기만 있을 뿐, 그 외 침략 및 수탈을 당한 여러 국가에 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전쟁 상대국 및 식민지 국민들의 희생이나 고통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비명에 간 자국 군인들과 유족들의 고통에 단장의 고통을 느낀다고 하고 있다. 또한, 교전 지속 시 초래될 일본 및 인류문명의 파멸을 막기 위해 천황이 비상조치로서 제국 정부에 포츠담 선언을 마지못해 수락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참회나 반성의 분위기는 그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고 일말의 양보하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긴다. 과연 이것이 과연 패전국이 발표하는 항복 선언문이 맞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원자폭탄이라는 잔혹한 살상무기에 희생당한 피해자로서의 입장을 은연중 밝히고 있다는 게 더 적절한 것 같다. 결국, 일본은 포츠담 선언에 대한 제대로 된 ‘항복’을 한 적이 없는 것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위안부에 대한 배상, 독도 문제 등과 관련해 반복적으로 불거지는 일본 정치권의 태도와 당시 일본 천황의 종전선언문은 그 근본이 동일하다고 느껴진다. 21세기에 접어든 지도 오래인 지금, 언제까지고 과거사에 매여 있을 수는 없다. 궁극적으로 일본과는 국가 간 협력 및 선의의 경쟁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해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 번도 진실한 속내를 보여준 적 없이 통과의례 식으로 사과 및 화해의 제스처만을 반복해 온 현재의 일본이 종전선언문 당시와 달라진 것이 무엇이 있는지는 반드시 되짚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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