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공간, 청년주택, 작업실 등 앵커시설 신축, 진양·인현상가 등에 거점공간 조성

▲ 사업구간 조감도
[미디어뉴스]독립운동, 민주화운동 시기에서 보듯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인쇄는 복제를 위한 기능이 아니라 자유와 평등을 위한 혁명의 기술이었다.

오늘날 서울 인쇄업체의 67.5%가 밀집된 중구 일대가 그 중심지였다. 특히 세운상가 주변은 근대 활판인쇄기를 처음 도입한 한국 최초의 현대식 인쇄소인 박문국을 비롯해 조선시대부터 시작된 인쇄산업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좁은 골목 사이사이를 걷다보면 출판기획부터 디자인, 제본 같이 인쇄와 관련된 3천여 개의 업체들이 오밀조밀 연결돼 있어 하나의 거대한 ‘지붕 없는 인쇄소’를 이루고 있다.

서울시가 디지털미디어의 등장으로 쇠퇴하고 있는 세운상가 일대 인쇄골목을 ‘창작인쇄산업’ 거점으로 혁신한다. 토박이 인쇄 장인들의 기술과 청년창작자들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아이디어, 소재·후가공·특수인쇄 등 최신 기술을 결합시킨다는 계획이다.

1인기업 입주공간, 샘플작업실, 교육시설 등을 집약한 핵심거점인 ‘인쇄 스마트앵커’를 새롭게 건립하고, 인쇄 관련 스타트업 입주공간인 ‘창작큐브’가 새롭게 설치한다. 일자리·살자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청년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도록 청년주택도 400호 공급한다.

진양상가에는 책을 내고 싶은 독립출판작가와 세운상가 일대 인쇄업체가 만나 협업하고 독자들은 독립서적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인현지하상가에는 인쇄기술학교, 공방, 인쇄박물관 같은 시설이 각각 들어선다.

보행재생도 함께 이뤄진다. 산업재생을 통해 생겨난 활력을 보행 네트워크를 따라 주변으로 확산한다. 작년 9월 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가 공중보행교와 보행데크로 연결된 데 이어, 오는 2020년이면 대림상가를 넘어 삼풍상가를 지나 퇴계로와 맞닿은 진양상가까지 총 1km에 걸친 세운상가군 7개 건축물 전체가 보행길로 연결된다. 종묘에서 시작해 세운상가를 거쳐 남산까지 이어지는 서울의 남북 보행축이 완성되는 것이다.

서울시가 이와 같은 내용의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2단계 사업(삼풍상가∼호텔PJ∼인현·진양상가)을 오는 2020년 4월 완료를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시·세운 프로젝트‘ 1단계 사업을 통해 세운상가 북쪽(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을 기존 제조산업에 디지털디바이스가 결합된 ‘창의제조산업 혁신지’로 만들었다면, 2단계 사업을 통해 세운상가 남쪽의 오랜 인쇄산업에 최신 기술력과 디자인 경쟁력을 불어넣어 ‘창작인쇄산업’ 중심지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최창식 중구청장, 상가 소유주 및 상인, 주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7일(화) 오전 10시 호텔PJ(4층 카라디움홀)에서 ‘다시·세운 프로젝트‘ 2단계 사업 착수를 선포했다.

‘다시·세운 프로젝트‘ 2단계 사업은 ①창작인쇄산업 활성화<산업 재생> ②서울의 남북 보행 네트워크(종묘∼세운상가군∼퇴계로∼남산) 완성<인프라 재생> 두 가지를 양대 축으로 추진된다.

우선, 세운상가와 인쇄골목의 지역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이 일대에 창작인쇄산업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골목제조업 환경개선과 인쇄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서울시 차원의 ‘인쇄산업진흥계획’을 연내 수립해 정책적 실행력을 담보한다.

또한 창작인쇄산업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할 ‘인쇄 스마트 앵커’는 기부채납 토지를 활용, 기술연구·교육 공간은 물론 전시·판매시설, 공동장비실과 청년주거공간까지 집약된 복합시설로 조성된다. 창업과 주거가 결합된 청년사회주택도 2020년까지 400호 규모로 공급된다.

책을 내고 싶은 독립출판작가와 인쇄업체를 연결하고 독립출판물을 한데 모아 전시·판매하는 ‘지붕없는 인쇄소’(진양상가 302호)은 서울시와 중구가 공동 조성해 27일 문을 열었다. 인현지하상가에는 인쇄 박물관, 인쇄기술학교, 인쇄공방 같은 시설을 만들어 공실 문제도 동시에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진양·인현상가 꽃상가 활성화도 이 일대 상권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추진된다. 3층 보행데크에 꽃을 테마로 한 보행길을 설치하고, 서울시립대 원예학과, 꽃상가 상인회, 외부 전문가가 협업해 꽃상가 활성화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

이와 함께 이뤄질 보행재생은 산업재생의 활력을 주변으로 확산하기 위한 것이다. 1단계 사업 3개 건물(세운∼청계·대림상가)에 이어 나머지 건물까지 세운상가군 총 7개 건물 전체가 공중보행교와 보행데크로 연결된다.

종묘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보행 네트워크가 완성될 계획. 세운상가군 건물뿐 아니라 인현빌딩 등 건물 5개소(2곳 신축 중), 을지로 지하보도와도 바로 연결되도록 해 청계천, 을지로 등 주변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기존에 화물차량 주차장으로 사용됐던 인현·진양상가 3층 데크는 전망대와 시민 휴게공간으로 조성된다. 꽃상가 상인들의 통 큰 양보로 결정된 일이다. 진양상가 3층에는 한 면 전체를 통유리로 퇴계로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신설된다.

보행데크 하부에는 총 24개(인현·진양 18개, 삼풍 6개)의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큐브’가 설치된다. 인쇄·화훼업과 관련된 스타트업 입주공간(창작공간)과 전시관, 공방, 주민공동시설, 화장실 등 상가와 지역 활성화를 위한 공간으로 운영된다.

한편, 도시재생으로 50년 만에 창의제조산업 혁신지로 재탄생한 ‘다시세운 프로젝트‘ 1단계 구간에서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술장인과 청년메이커가 진공관 오디오의 음질과 블루투스의 편리함을 결합한 ‘진공관 블루투스 스피커’를 함께 만들고, 한 청년사업가는 세운상가의 기술과 재료만으로 새로운 3D 프린터를 개발했다. 메이커스큐브 입주기업 중 하나인 아나츠(3D 프린터 제작업체)는 올해 예상 연매출이 입주당시보다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은 “2011년 철거 대신 재생이라는 큰 방향을 정한 이후 세운상가 입주상인, 임대인, 지역주민들과 함께 제조와 인쇄산업에 대한 혁신과 재생의 역사를 만들어오고 있다”며 “2020년까지 세운상가를 창의제조와 창작문화를 중심으로 제작·생산, 판매, 주거, 상업, 문화가 하나로 연결된 ‘메이커시티(Maker City)’로 완성하는 도시재생 10년 혁명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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